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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나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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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나흐트 대학살의 전주곡
마틴 길버트 지음 김세준 옮김, 플래닛
314쪽, 1만3000원

1938년 11월 6일 오전, 당시 프랑스 파리에 살던 17세 유대인 소년은 손에 권총을 쥐었다. 총알 다섯 발을 장전한 뒤 독일대사관을 찾아갔다. “중요한 서류를 전달하러왔다”며 들어가 3등 서기관인 에른스트 폰 라트에게 “더러운 독일놈!”이라고 외치며 권총을 발사했다. 두 발을 명중시켰으나 상대를 즉사시킨 것은 아니었다. 이 소식에 히틀러는 격분했다.
독일 신문들은 테러 소식을 경쟁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서기관이 이틀 뒤 숨지면서 흥분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 나와 격렬한 반 유대 운동을 시작했다. 수많은 유대 교회들과 유대인 상점들을 불태웠고, 100명 가까운 유대인을 때려 죽였다. 끔찍한 광기의 시작이었다.
대사관 테러 이전 독일 유대인 15만 명이 추방됐으나, 그게 국가 테러였다면 이번에는 시민들의 ‘자발적 테러’였다. 직후 12만 명의 유대인이 해외로 도망쳐야 했다.
이 책은 크리스탈 나흐트(수정의 밤· kristallnacht)를 중심으로 쓴 유대인 핍박사다. 크리스탈나흐트란 말에는 유대인이라는 다루기 쉬운 유리를 발로 밟는다는 독일인의 우월감과 경멸의 감정이 담겼다. 유대인 입장에서는 최악의 악몽인데, 당시 단 하루 동안 3만 명이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 당시 선전부 장관 괴벨스는 일기에 “한 번쯤은 유대인들이 군중의 분노를 느껴야 한다”고 뻔뻔하게 적었지만, 유대인 소년은 왜 권총을 잡았을까?
그는 테러 전인 10월 18일 독일 당국이 1만여 명의 유대인을 추방한 것에 분노를 품었다. 거기 휩쓸린 부모가 폴란드 국경지대에서 비참하게 죽어간다는 소식에 테러를 결행했다. 이처럼 많은 증언자들의 사례와 증언을 토대로 유태인 핍박역사를 재구성한 게 이 책의 매력이다. 거대 담론 대신 촘촘한 디테일 재현이 특징인데, 다 아는 얘기를 다시 듣는 식상한 기분을 피할 수 없는 게 한계다. 다소 평면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대량학살이라는 괴물은 언제라도,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더 큰 악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저자의 경고는 여전히 되새겨볼만하다.
조우석(문화평론가)

yangjongrae 작성

2009/09/19 at 4:47 오후

Posted in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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